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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이슈

‘뇌사’ 40대 셰프, 7명에 장기 주고 세상 떠나

by 앙탈바둥 2019.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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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40대 셰프, 7명에 장기 주고 세상 떠나 

 

 

소방구조대원 형 “동생의 눈과 심장으로 제2의 삶 살아 주길”

고 박흥철씨. 가족 제공  

집에서 쓰러져 뇌사에 빠진 40대 중식당 셰프가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소방구조대원인 그의 형은 평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구조현장에서 일하는 탓에 의미있는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해 오던 터라 가족을 설득해 동생의 고귀한 생명나눔을 이끌어냈다.

2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KODA ))에 따르면 이달 초 20년간 중식당 요리사로 일했던 박흥철(43·부산)씨가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상태가 돼 결국 지난 27일 심장, 폐, 간, 신장(콩팥) 양측, 각막 양측 등 7개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

고인은 요리사를 천직으로 알고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일했으며 한 직장에서 15년을 근무할 만큼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사고 당일, 여느 때와 다르게 출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사장이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너무 늦은 상태였다. 뇌혈관 이상으로 추정됐다.

부산 금정소방서 산성안전센터에서 일하던 그의 맏형인 박흥식 소방위는 동생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동생이 3~4일 전부터 자가 호흡을 못했고 결국 뇌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듣자 고민 끝에 기증을 먼저 제안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설득했고 결국 그의 선택을 따랐다.

흥식씨는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인이 혼동하는 뇌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고, 이를 장기기증과 연결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특히 그의 동료 중에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어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뇌사상태인 동생이 장기 기증을 통해 이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을 베풀고 가길 원했다.

그는 뇌사 장기기증이라는 게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은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린 동생이 자랑스럽고 본인 또한 비슷한 상황이 된다면 장기 기증을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흥식씨는 “동생은 비록 유명을 달리했지만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동생 심장으로 다시 가슴이 뛴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명을 받으시는 분은 제2의 삶을 멋지게, 남에게 선행을 베풀며 살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면서도 수혜받을 환자들을 걱정해주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김해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29일 발인 예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 @ kmib.co.kr

 

 

삼가 고인의 명복과 평안을 빕니다.

 

 

‘뇌사’ 40대 셰프, 7명에 장기 주고 세상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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